전기모기채 세계최초 특허 썸네일

전기 모기채 세계 최초 특허는 왜 돈이 되지 못했을까?

훌륭한 발명을 하는 것과, 그 발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여름밤, 방 안에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면 사람의 품격은 금세 무너집니다.
손바닥으로 잡자니 놓치기 쉽고, 살충제를 뿌리자니 냄새가 싫습니다. 그럴 때 등장하는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전기 모기채입니다.

버튼을 누르고 한 번 휘두르면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모기가 사라집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너무나 흔한 생활용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물건에도 세계 최초급 특허문헌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최초 권리자가 이 발명으로 큰돈을 벌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1988년 대만, 전기 모기채가 문헌에 등장하다

현재 확인되는 전기 모기채 특허 문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988년 대만 실용신안입니다.

발명의 명칭은 捕殺蚊蟲之電擊拍(모기·해충을 포살하는 전격채)

전격채 !!  이름부터 포스가 느껴집니다.

전기 모기채 특허공보
전기 모기채 특허도면1
전기 모기채 특허도면 2


이 문헌은 1988년 8월 대만에서 출원되었고, 이듬해인 1989년 9월 공고번호 117944로 공고되었습니다.

출원인은 欣瑞五金企業有限公司(흔서오금기업유한공사)

발명자는 徐鴻志(서홍지)

문헌의 내용은 지금 우리가 쓰는 전기 모기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라켓 모양의 프레임에 전극선을 배치하고, 손잡이 쪽 전자회로에서 고전압을 만들어 전극망에 흘려보냅니다. 모기나 날벌레가 서로 다른 극의 전극에 동시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전류경로가 생기고, 그 전기충격으로 살충됩니다.

즉, 전기 모기채의 핵심인, 라켓형 구조, 전극망, 고전압 회로, 접촉 순간 전격 살충이라는 기본 원리는 이미 이 문헌에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보면 대단한 발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발명은 좋았지만, 권리가 약했다!

그런데 이 문헌은 발명특허가 아니라 실용신안(신형)으로 출원되었습니다.
실용신안은 물품의 구조나 조합을 보호하는 데는 유리합니다만, 제품의 원천적인 동작 원리에 대한 권리를 넓게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이 실용신안의 청구범위는 후술하는 바와 같이 단항제의 제약 때문에 전기 모기채의 원리를 넓게 포괄하지 못하고 특정한 구조와 배선 방식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발명의 혁신성에 비해 너무 약한 옷을 입힌 셈입니다.

청구범위가 특허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아쉬운 부분입니다.

정말 강한 권리를 확보하려면, 적어도 청구항 1항은 이렇게 잡았어야 합니다.

  • 손잡이부
  • 타격프레임
  • 서로 절연된 제1 전극군 및 제2 전극군
  • 전원부
  • 고전압 발생부
  • 를 포함하고, 해충이 두 전극군에 동시에 접촉하면 전격 살충되는 휴대형 살충채.

이런 식으로 전기 모기채의 본질적인 구성만으로 넓은 권리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프레임 구조, 도전선 배치, 하우징 결합구조 등은 그 다음 종속항에 배치하는 것이 이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실용신안 문헌의 청구항은 그렇게 구성되지 못했습니다.

단항식 실용신안의 한계

그러데 청구항을 이렇게 작성한 데는 당시 대만의 실용신안 제도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당시 대만 실용신안은 1개 독립항으로 청구범위를 작성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이미 1981년 9월부터 복수 청구항을 허용하는 다항제를 도입했고, 대만도 발명특허에 대해서는 1987년 이후 다항 청구가 가능했지만, 실용신안에는 아직 단항제가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단항제 다항제 대비 인포그래픽

단항제는 특허청구범위를 하나의 청구항으로 기재하게 한 제도로서, 과거에는 일본 구 특허법의 영향, 중심한정주의적 권리범위 해석, 심사·등록 행정의 간편성 때문에 한국, 일본, 대만 등 일부 국가들이 채택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복잡해지고 권리범위의 명확성이 중요해지면서,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하나의 발명을 여러 청구항으로 단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다항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일 당시 대만에서 실용신안에도 다항제가 적용되었다면 청구범위는 전혀 달라졌을 것입니다. 만일 다항제 청구항으로 청구범위가 설계되었다면 모방품의 특허침해에 대한 방어력도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4년차 연차료 미납으로 사라진 권리

세계 최초 전기 모기채의 대만 실용신안은 4년차 연차료 미납으로 소멸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즉, 1989년 등록 후 고작 3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실용신안권이 소멸된 것입니다.

연차료를 내지 않았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 잘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제품이 시장에서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모방품이 생겼지만 대응할 자금과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권리범위가 좁아 굳이 유지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전기 모기채 같은 생활용품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금형, 생산, 유통, 가격, 수출, 품질관리 등도 중요하지만, 모방품 대응 전략도 매우 중요합니다. 시장은 열렸지만, 그 시장을 장악할 사업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허나 실용신안의 연차료 납부내역은 아래 샘플처럼 특허검색사이트(KIPRIS)의 등록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허연차료 납부현황 샘플

나중에 돈을 번 사람은 따로 있었다

전기 모기채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중국, 대만, 동남아, 한국을 비롯해 여름철 해충이 많은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퍼졌습니다.

정작 세계 최초 특허(실용신안)는 사라지고, 발명의 과실은 후발 제조업체, 개량제품 업체, 대량생산 업체들이 나눠 가져갔습니다.

특허는 아이디어의 출생신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을 지키는 무기입니다. 그런데 무기가 너무 약하거나, 너무 일찍 내려놓으면, 나중에 시장이 커져도 아무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마치며

전기 모기채 특허는 좋은 발명이었지만, 실용신안 출원, 좁은 청구항, 해외출원 부재, 사업 실패로 인한 연차료 미납 등의 이유로 일찍 사라졌습니다. 발명은 빠르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발명을 넓고 단단하게 권리화하고 시장이 열릴 때까지 유지하는 것입니다.

전기 모기채는 작고 평범한 생활용품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특허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세계 최초급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권리전략과 사업전략이 따라가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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