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청구는 특허출원한 발명에 대한 실제 심사를 받기 위해 출원인이 별도로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특허 출원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당연히 심사가 시작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심사청구를 해야 특허출원이 완료됩니다.
특허출원서에는 심사를 청구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출원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심사가 자동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허출원서를 제출할 때 심사청구를 선택하고 제출해야만 해당 특허출원에 심사관이 배정되고 특허등록 여부에 대한 심사가 진행됩니다.
만일 심사청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심사청구를 하지 않으면 특허출원서는 그냥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출원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고 폐기됩니다.
심사청구를 안 하는 사람도 있나요? 이유가 뭐죠?
네,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놀랍게도 오히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일수록 심사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첫째, 특허마다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연구개발 과정에서 쏟아냅니다. 이 중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에 연결되고 어떤 것이 경쟁사 견제에 필요한지는, 출원 시점에 바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일단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출원해 두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마치 보험처럼 먼저 선점해 두는 것이죠. 그런 다음 실제 사업과의 연관성, 시장 반응, 경쟁사 동향 등을 지켜보면서 핵심 특허만 우선적으로 심사청구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중요도가 낮거나 사업성이 애매한 특허는 심사청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종료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둘째, 비용 차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나 개인과 달리 관납료 감면 혜택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은 특허출원 건수가 많을수록 비용 절감이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됩니다.
구체적인 금액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특허 청구항의 개수가 10개인 경우, 심사청구를 하지 않으면 지식재산처에 납부할 출원 수수료는 약 4만 6천 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심사청구까지 진행하면 납부 수수료가 약 72만 원으로 훌쩍 뛰어오릅니다. 건당 약 67만 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한 해 수천 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수십억 원 규모로 불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특허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일단 출원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 되는 것입니다.
특허출원의 심사청구 여부 및 상태정보는 특허검색사이트(KIPRI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특허정보원(KIPRIS): https://www.kipris.or.kr/khome/search/searchResult.do?tab=patent#none
아래는 실제 국내 대기업의 특허 상세정보를 검색한 것인데, 심사청구 여부가 N 으로 표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에도 심사청구 제도가 있나요?
일본은 일본 특허출원일(또는 PCT국제출원일)로부터 3년 이내에 심사 청구를 하지 않으면 취하 간주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발명특허출원에 대해 우선일(최초출원일, 조약우선권주장 출원인 경우에는 제1국 출원일)부터 3년 이내에 심사 청구를 해야만 실체심사가 진행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구기한 3년의 기산점이 한국이나 일본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럽특허청은 조사보고서(Search Report) 발급일로부터 6개월 이내까지 심사 청구를 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간까지 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출원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반면 미국은 별도의 심사청구제도가 없으며 출원서 제출과 함께 심사수수료(Examination Fee)를 납부하면 자동으로 심사 대기열에 등록되어 순서대로 심사가 진행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심사를 의도적으로 늦출 수 있는 심사유예 신청(Deferred Examination) 제도가 있는 점이 다소 특이합니다.
특허출원과 심사 청구, 전략적으로 운영하세요
이처럼 특허 제도는 출원과 심사청구를 분리하여 전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점을 잘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중요한 기술에 대한 권리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개인 발명가분들도 이 전략을 충분히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우선 특허출원부터 진행해서 권리 가능성을 선점해 두고, 이후 사업 진행 상황이나 시장 반응, 투자 유치 여부 등을 살펴보면서 심사청구 시점을 전략적으로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3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