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유사 판단 기준, 지배적 특징이 중요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판매하다 보면 “기존 제품과 이 정도로 다르면 괜찮을까?”, “기존 제품과 비슷해 보이는데 디자인권 침해가 될까?”라는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디자인은 특허처럼 기술적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물품의 외관에서 느껴지는 미감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디자인 유사 여부도 단순히 치수나 구조가 같은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외관에서 일반 수요자가 어떤 인상을 받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디자인 유사 여부는 물품과 함께 판단
디자인은 물품을 떠나서 존재하기 어렵습니. 같은 모양이라도 어떤 물품에 적용되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자 디자인과 조명기구 디자인은 외형 일부가 비슷해 보여도 물품의 용도와 기능, 거래 분야가 다르다면 유사 판단의 출발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는 먼저 대상 물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품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물품이 전혀 다르면 디자인의 형상이나 모양이 비슷하더라도 곧바로 유사디자인으로 판단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물품이라면 외관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디자인 유사 여부는 일반 수요자를 기준으로 판단
디자인 유사 여부는 전문가가 도면을 분해하듯이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수요자가 실제 거래 과정에서 물품을 보고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여기서 일반 수요자란 해당 물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보통의 소비자 또는 거래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 사진을 보고 선택하는 물품이라면, 제품의 정면 사진이나 대표 이미지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외관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손에 들고 살펴보는 물품이라면 정면뿐 아니라 측면, 상면, 사용 상태에서 보이는 부분도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관찰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전체 관찰입니다. 디자인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하나씩 떼어내어 “여기는 다르고, 저기는 같다”는 식으로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전체 외관을 대비해 보았을 때 보는 사람에게 비슷한 심미감을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세부적인 차이가 전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세부적인 차이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지배적인 특징이 비슷하면 유사한 디자인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부 요소가 같더라도 전체적인 인상이 다르면 비유사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지배적인 특징이 중요
디자인에는 보는 사람의 주의를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를 실무상 ‘요부 또는 지배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는 바로 이 지배적인 특징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TV는 일반적으로 정면부가 가장 눈에 잘 띕니다. 세탁기나 냉장고도 소비자가 주로 보는 전면부의 인상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바닥면처럼 거래 과정에서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물품의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특별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도 유사 판단에서 비중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가방이라면 전체 실루엣, 손잡이, 잠금장치, 장식부가 중요할 수 있고, 의자라면 등받이와 다리 구조, 전체 비례감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아래 그림과 같은 “화물차량용 공구함“의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과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건에서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서로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후1710 판결, 등록무효(디))

양 디자인은 몸체부 및 여닫이문 부분에 양각 또는 음각으로 형성된 무늬의 위치 및 모양 등 일부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차이점이 양 디자인의 지배적 특징의 유사성을 상쇄하여 서로 상이한 심미감을 가지게 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은 서로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한다.
특허심판원도 최근 실리콘 재질 “물안경 케이스“의 등록디자인이 확인대상디자인과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사건에서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서로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한다고 심결한 바 있습니다. (특허심판원 2026.1.29 심결 2025당2300, 디자인 권리범위확인(소극))

양 디자인은 공통점 ① 내지 ④와 같이, 전체적으로 일체의 원통형 형상으로 정 면에 물안경을 수납하는 입구가 가로로 길게 형성되어 위 아래 부분을 벌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물안경을 보관하는 기능을 확보하는데 반드시 필요 한 필수 불가결한 형상이라고 볼 수 없고, 본체의 내부와 양쪽 끝단까지 통공 구조로 형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개방적이고 휴대하기 편리한 형상으로
이러한 공통점들은 양 디자인에 있어서 주요 창작적 모티브를 이루는 것인 동시에 그 지배적인 특징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인 물안경 케이스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형상을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점에서 일반 수요자에게 양 디자인이 다른 심미감을 형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부분은 낮은 비중으로
어떤 물품에는 기능상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컵에는 손잡이나 입구가 있을 수 있고, 수저에는 음식을 뜨는 부분과 손잡이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이 단순히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디자인이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디자인 판단에서는 변화 가능성이 있는 부분,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수저라면 손잡이의 형상이나 장식, 곡선 처리, 끝부분의 모양 등이 판단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크기 차이는 결정적 요소가 아님
디자인이 비슷한데 크기만 조금 다른 경우에는 유사범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식적인 범위의 크기 차이는 디자인 유사 판단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은 가방과 큰 가방처럼 크기는 달라도 전체적인 형상과 모양이 거의 같다면 유사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재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라스틱인지 금속인지, 천인지 가죽인지가 외관상 모양이나 색채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유사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기, 구조, 내구성, 제조방법도 외관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디자인 유사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닙니다.
참신한 디자인일수록 보호범위가 넓음
디자인의 유사범위는 항상 같은 폭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없던 매우 참신한 형태의 디자인이라면 조금 달라 보여도 유사범위가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전부터 흔히 사용된 형태이거나 비슷한 디자인이 많이 존재하는 분야라면 유사범위가 좁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자, 식기, 칼, 조명기구처럼 이미 수많은 디자인이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작은 차이도 의미 있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적 특징을 가진 제품이라면 후발 제품이 일부 세부 디자인을 바꾸더라도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하면 유사하다고 판단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자인 출원 전 확인할 점
디자인을 출원하거나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는 단순히 “조금 바꿨으니 괜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등록디자인 검색사이트에서 같은 물품 분야에서 기존 등록디자인과 공개디자인을 찾아보고, 전체 외관과 지배적인 특징이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제품의 정면, 소비자가 가장 많이 보는 부분,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 장식부, 전체 실루엣이 기존 디자인과 비슷하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기능상 당연히 있어야 하는 부분이나 잘 보이지 않는 부분만 다르다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마치며
디자인 유사 여부는 단순히 몇 군데가 같은지, 치수가 얼마나 다른지로 판단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물품의 동일·유사성, 일반 수요자의 관찰, 전체적인 심미감, 지배적인 특징, 잘 보이는 부분, 기존 디자인이 많은 분야인지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분적으로 다르게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일반 수요자가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다른 디자인으로 느낄 수 있는가입니다. 디자인권을 확보하거나 침해 여부를 검토할 때는 세부 차이보다 전체 외관과 핵심 특징을 먼저 비교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